오늘따라 전화벨이 유난히 자주 울렸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전화만 받은 날이었다.
저녁에 책상 정리하다가 문득, 이 통화들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억나는 대로 시간 순서대로 적어보기로 했다.
좋은 얘기만 있었던 건 아니고, 좀 뜨끔했던 전화도 하나 섞여 있다.
◇ 09:14 - 편의점 예정 자리라는 사장님
아침 일찍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 달에 편의점 오픈 예정인데, 지금 미리 문의드려도 되나요?"
당연히 됩니다, 오히려 미리 여쭤봐 주시는 게 저희 입장에선 더 편하다.
공사 일정까지 맞춰서 카메라 위치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평 남짓 매장이라고 하셔서 입구 하나, 계산대 하나, 진열대 쪽 두 대, 이렇게 네 대로 안내해 드렸다.
사장님이 "그 정도면 충분할까요?" 하고 재차 물어보셨다.
충분하다. 오히려 다섯 대, 여섯 대씩 과하게 다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공간 크기에 안 맞으면 사각만 늘어난다.
전화를 끊기 전에 "그럼 공사 날짜 잡히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하셨는데, 목소리에 긴장이 좀 풀린 게 느껴졌다.
오픈 준비하시는 분들 목소리는 다 비슷하다. 설렘 반, 걱정 반.
◇ 11:32 - 기존 고객님의 AS 문의
작년에 설치해 드린 매장 사장님이었다.
카메라 한 대 화면이 흐릿하게 나온다고 하셨다.
접수 넣고 기사님 일정 확인해서 바로 안내드렸더니, 오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기사님 벌써 다녀가셨어요, 7분 만에 오셔서 렌즈만 닦고 가셨는데 바로 해결됐어요."
렌즈에 먼지나 수분이 끼어서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큰 고장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이런 것도 출동해 주시는구나, 몰랐어요" 하시길래, 웃으면서 "그럼요, 그러려고 저희가 있는 거죠" 했다.
사실 이런 사소한 AS가 쌓여야 나중에 진짜 믿음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큰 사고 한 번 막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자잘한 응대가 결국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 14:47 - 솔직히 뜨끔했던 전화
이 전화는 적을까 말까 좀 고민했다.
설치 일정이 하루 밀렸던 매장 사장님이었다.
"어제 오신다고 했는데 오늘 오셨잖아요, 전날 전화라도 주셨어야죠."
맞는 말씀이었다. 기사님 일정이 겹치면서 하루 밀렸는데, 미리 안내가 늦었던 건 저희 잘못이다.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일정 변경 시 전날 오전에 꼭 미리 연락드리기로 다시 정리했다.
사장님도 "뭐, 설치는 깔끔하게 잘해주셔서 그 부분은 됐어요" 하고 마무리해 주셨다.
그래도 이런 전화는 끊고 나서도 한참 신경 쓰인다.
잘한 일보다 이런 실수 하나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는 것 같다. 아마 다들 그렇지 않을까.
◇ 16:58 - 가격 비교 중이라던 손님
이 분은 통화만 세 번째였다.
다른 업체 두 곳이랑 같이 비교하는 중이라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다.
저희는 가격 깎는 쪽보다는, 뭐가 포함되고 뭐가 빠지는지부터 정확히 짚어드리는 쪽을 택한다.
출동 시간, AS 범위, 녹화 보관 기간, 이 세 가지는 꼭 비교해 보시라고 안내해 드렸다.
"그동안 가격표만 보고 있었는데, 그 세 개는 생각 못 했네요" 하셨다.
결론은 아직 못 들었다. 아마 며칠 더 고민하시지 않을까 싶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비교해 보시고 저희가 맞다 싶으면 그때 다시 연락 주시면 된다.
◇ 하루를 마치며
네 통 다 전혀 다른 전화였다.
오픈 준비, AS, 항의, 비교 문의.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결국 "믿고 맡겨도 되나" 하는 마음 하나였다는 것.
그 마음에 제대로 답하는 게 제 일인 것 같다.
완벽하진 않았던 하루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 두고 싶었다.
이런 전화 하나하나가 모여서 저희 쪽 일하는 방식도 조금씩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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